나는 걷는 걸 좋아한다.
궁금했다.
나는 왜 걷고 싶을까?
나는 왜 걷는 걸 좋아할까?
산을 걷고,
길을 걷고...
걷다가 버스를 타고
내리면 다시 걷고
그러다 지하철도 타고
내리면 또 걷고...
걷는건 일상이다.
하루도 걷지 않는 날은 없다.
일상은 삶이다.
걷는것도 삶이다.
나는 왜 걷고 싶어할까?
삶이니까 걷는다?
살고 싶다. 제대로 살고 싶다.
작년 6월11일 화요일. 나는 한라산 등산을 했다. 아침 비행기로 갔다가 저녁 비행기로 돌아왔다. 당일치기 한라산 여행, 당일치기 한라산 등산을 했다. 하루짜리 제주를 봤다.
2년전 백록담을 다녀오며, 그렇게 해보고 싶었고...드디어 했다.
인천에서 제주까지, 제주공항에서 한라산까지, 영실매표소에서 윗세오름대피소까지, 윗세오름에서 남벽분기점까지, 남벽분기점에서 어리목까지 다녔다. 그중에 걸었던 이야기, 걷지 못해 탔던 이야기, 걸으며 생각한 이야기, 생각하며 느낀이야기, 본 이야기, 보며 느낀이야기, 보며 생각한 이야기를 해본다. 아니 써본다.
쓰며 생각하다 보면 깨닿는게 있겠지.
걸을땐 미쳐 몰랐던 이야기. 몰래 사진속으로 들어온 이야기들과 함께. 느끼는게 있겠지.
'또 가고 싶다' 그런거 말고...
김포공항에서 6시40분 비행기다. 시간이 조금 이르긴 했지만 그냥 나섰다.
차까지 걸었다. 걸으며 시계를 봤다.
"어떤 꿈을 꾸니? 새벽 네시 사십팔 분이야."
내가 꾸는 꿈. 이 꿈이 맞을까? 생각했다.
아직 '새벽네시 사십팔 분', '어라! 이른 시간이네?' 이른 시간이니까 바꿀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러다 고개를 저었다. 날려버렸다.
차 문을 열고 시동을 걸었다.
계획대로 커피한잔과 독서를 시작했다.
"바람이 불면 사물이 각자 다른 소리를 내는 것처럼, 사람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세상과 부딪쳐 제각기 색깔이 다른 삶을 산다." __ 유시민 <어떻게 살 것인가> 중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 란 책을 읽으며, 저 말이 계속 입에 남는다. 아침에 마신 커피향이 간혹 생각이 나듯.
계속 입에 남아서 누군가와 대화를 하게 되면 어쩔수 없이 그 향을 전할 것 같다.
혼자 앉아 책보는 사람은 나 밖에 없다.
'내버려두세요.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여행 중입니다. 손가락질 마세요.' 라며 말풍선을 매달고 싶었다.
그렇지만 그럴 필요는 없다. 어짜피 아무도 신경쓰지 않쓸거니까.
시간이 됐다. 이젠 '49K'(좌석번호)로 변할 시간이다.
'49K'란 오늘 탈 비행기의 49번째 줄, K번 칸에 탄 사람이란 뜻이다.
나는 다양하게 불린다. 최현길, 포말하우트, 포말, 아빠, 아들, 최서방 등으로 불린다. 때론 '야' 라고 불리기도 한다. '저기요' 라고 불리기도 하고, 누구는 '아저씨'라고 부를 때도 있다.
오늘처럼 일회성으로 불릴때는 편하게 숫자나 숫자+영문 조합이 될 때도 있다.
불린다는 것은 내가 편한 것 보다 그들이 편한게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어짜피 난 불리는지 모를때가 더 많으니까.
드디어 도착했다. 얼마 안되는 돈. 하루의 시간이면 다녀갈 수 있는 곳이다. 단 평일기준 이다. 주말엔 어림도 없다. 여행은 이제 시작이지만 벌써 다음번에 또 올 생각이다. 그래서 잊지 않으려고 자세히 남겨둔다.
제주공항에서 영실매표소까지 가려면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 한번에 가는 길은 택시, 아니면 렌트카 그리고 지인 찬스 밖에 없다. 나는 돈도 없고 지인도 없어서 버스를 택했다. 영실매표소까지 가려면 먼저 시외버스터미널로 가야한다. 거기서 갈아타야 한다. 사진에 보면 331번, 332번, 343번 버스를 타고 가면 된다. 다른 버스도 있겠지만 나는 332번 버스를 탔다. 단, 타면서 꼭 물어봐야한다. 처음엔 반대방향을 탔다. 기사님께서 친절하게 말씀해주셨다. 다행이었다. 공항에서 버스탈 땐 꼭 가는방향을 물어봐라.
제주도에서 만난 기사님들은 다들 친절했다. 찌푸린 얼굴을 못봤다. 관광지라서 그럴까? 나눈 대화라곤 몇 단어 안되지만 다들 친절하게 느껴졌다.
겨우 올라탔다. 출발 4분전이다.
원래 계획은 이랬다. 내가 타야할 버스를 확인한다. 버스터미널 주변을 한번 둘러본다. 아침을 먹을지 말지 고민한다. 안먹을거라면 저녁 먹을 만한 집을 찾아본다. 김밥 집을 찾아본다. 다른 사람들이 사는 김밥에 뭐가 들어가는지 유심히 쳐다본다. 군침이 넘어가는지 여부에 따라 한줄 살지 두줄살지 결정한다. 다른 군것질 거리도 산다. 영실코스 입구에 팔지 안팔지 모른다. 반드시 여기서 사야했다.
그렇지만 현실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8시 30분 출발. 지금은 8시 25분이다. 게다가 이 버스를 놓치면 한시간을 기다려야 한다.(240번 버스 배차간격은 한시간, 어리목이든 영실이든 이 버스를 타야했다) 이런저런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그냥 탔다. 김밥이고 간식이고는 잊었다. 다행이다. 버스가 29분에 출발을 했다. 타고나니까 김밥 생각이 났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했다. 정 안되면 굶어도 된다고 생각했다. 요즘 한끼정도 굶는거는 잘한다. 오늘 아침도 못먹었지만 가끔 두끼도 굶어봤으니까 괜찮다.
드디어 도착을 했다. 영실매표소 정류장에서 내렸다. 버스는 영실매표소 까지만 데려다 준다. 승용차로 가시는 분들은 더 올라갈수 있다.(영실 휴게소 매점까지) 나는 2.5키로미터를 사진 옆에 보이는 나무데크를 타고 걸어야 한다. 대략 30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이것 때문에 렌트를 할지 말지 고민을 했다. 그렇지만 영실코스로 올랐다가 어리목코스로 내려올 생각이라 버스를 택했다. 코스간 택시비만 2만원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렌트비에 택시비까지 하면 금액이 꽤 크다. 결과적으로 잘했다. 2.5키로 금방이더라. 산행초입이라 기운도 많고 걸을만 했다. 9시40분. 오늘 산행은 이제 시작이다.
금방이었다. 몇가지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새 도착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차도 많았고 사람도 많았다. 다행히 매점 문도 열었다.
뭘 사야할지 고민이 필요했다. 아침을 먹을지 말지 고민도 해야했다. 다행히 앞에 아저씨 덕분에 시간을 벌었다. 그분은 왜 김밥을 안팔고 주먹밥이냐, 진짜 주먹밥 모양이냐, 한개에 얼마냐, 저건 두개냐, 두개는 얼마냐, 물을 떠가도 되느냐, 왜 안되냐 등등 질문이 정말 많았다. 그러더니 결국 주먹밥 한개 사가셨다. 아침에 버스기사님도 그랬지만 제주도에서 일하시는 분들 친절하시다.
덕분에(?) 나는 질문하나 없이 주먹밥 한개, 미니핫브레이크 4개, 포카리스웨트 500미리 1개 이렇게 구매를 했다. 역시 비싸다. 그렇지만 감사했다. 없었으면 정말 굶을 뻔했다.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한다. 상쾌하다. 컨디션도 좋다. 현재시간은 10시25분. 여행 시작한지 벌써 4시간이 지났다. 차, 비행기, 버스 그리고 영실매표서부터 걸어 올라오며 지칠 법도 했다.
괜찮다. 산은 원래 그렇다. 입구에 서있으면 리셋이 된다. 시원한 바람, 맑은 공기, 재잘재잘 사람들, 조잘조잘 새소리.
우리나라에서 두번째로 높은산. 두번째 올라가는 한라산. 두가지 코스를 선택한 오늘 산행. 기대된다.
경관 좋기로 소문난 영실코스를 선택했다. 내려가는 코스는 어리목코스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오를수 있는 코스라고 한다. 그래서 선택했다.
한걸음씩 걸으며 생각한다.
'정말 좋겠지?'
'다음엔 누구랑 올까?'
'우리 천사님이랑 다음엔 꼭 같이 와야지'
라고 생각했다.
1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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